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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8 '승부사' 슈틸리케에게 희망을 거는 이유

'승부사' 슈틸리케에게 희망을 거는 이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했다. 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뛰었다. 1972년부터 1988년까지 리그, UEFA컵, 유러피언 컵, 코파 델 레이 등에서 우승컵 14개을 들어올렸다. 독일국가대표로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을 했고 1982년 월드컵에서는 결승전까지 뛰면서 2위도 해봤다.


 반면 성인팀 감독으로서는 별로 이뤄놓은 게 없다. 대표팀은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를 이끌었다. 프로팀은 그자막스(스위스), 발트호프 만하임(독일), 알메이라(스페인), FC 시옹(스위스)을 지휘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카타르 프로팀 감독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경력으로 보면 유럽에서 활약하다가 아시아로 와서도 재기에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다. 선수로서는 꽤 성공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유럽 프로팀 감독, 독일축구대표팀 코치를 하다가 아프리카, 카타르로 가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냉정하게 봐서 유럽에서는 이미 용도폐기가 된 지도자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데이터가 있다. 그건 바로 스위스대표팀과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이끌 때 낸 성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989년부터 91년까지 스위스대표팀 감독으로 있었다. 1954년생인 그가 마흔 살도 안 됐을 때다. 재임시절 스위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스위스는 당시 유럽예선 7조에서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 포르투갈에 이어 조 4위(2승1무5패)에 머물렀다. 그게 과연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1989년 6월21일 부임했다. 그 때까지 스위스는 월드컵 유럽예선 8경기 중 4경기를 치른 상태였고 성적은 1승3패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해 치른 4경기에서는 1승1무2패를 기록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슈틸리케 감독이 못해서 스위스가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스위스대표팀을 이끌면서 거둔 성적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13승5무7패(48득30실)다. 게임당 승점은 1.24점이다. 이는 역대 스위스대표팀 감독 중 로이 호지슨 감독(21승10무10패·게임당 1.27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스위스대표팀을 이끈 노장 야콥 쿤 감독도 1.10점에 불과했다. 이들 3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마흔 살도 안 돼, 그것도 자신이 처음으로 감독이 돼 거둔 성적 치고는 좋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6년 9월14일부터 2008년 1월7일까지 코트디부아르 감독을 맡았다. 부임시기는 코트디부아르가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기간 동안 A매치 6연승을 두 차례 하는 등 16승6무6패(57득22실)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28경기에서 승점 54를 따냈다. 무려 게임당 평균 1.93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슈틸리케 감독이 코트디부아르 사령탑에서 내려간 것은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 때문이었다.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2주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해 수석코치 제라드 질리를 임시 감독으로 앉혔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는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3무로 탈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아들은 2월1일 사망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코트디부아르로 돌아왔지만 얼마 안 돼 팀을 떠났다. 팀을 다시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도가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성인 팀을 맡으면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을 이끌면서 거둔 성적은 꽤 괜찮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승부사적인 기질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프로팀에 비해 국가대표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와 슈팅이 몇 번이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부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그걸 성적으로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19세 이하, 20세 이하, 21세 이하 팀이었다. 그가 부임했을 당시 그가 지도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2002년 19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이었다. 그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낸 것은 없다. 그러나 필립 람처럼 슈틸리케 감독이 키운 어린 선수들이 요즘 독일축구 전성기를 이끌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부분은 청소년대표팀을 오래 맡았다는 점이다. 독일 축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많은 돈과 많은 노고와 정성을 들여 외국에서 축구대표팀 감독을 데려와 4년 계약을 맺었다. 국가대표팀뿐만 아니라 유소년축구, 지도자육성, 여자축구 등 한국축구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온 점은 반가운 일이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에 온 뒤, 오기 전 독일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했다.


 "한국이 다시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울려야 한다. 한국이 내게 마지막 팀이 될 것이다. 나는 아내와 한국에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물면서 한국축구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 목표는 며칠 뒤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싸고 돌아와 K리그와 13세 이하 등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문이 닫히면 집에 들어갈 수 없다. 한국에 어떤 전통, 문화, 정신력이 있는지 살펴보겠으며 그게 내가 향후 몇 개월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다. 승리의 요인은 어떤 날은 티키타카일 수도, 다른 날은 공중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 독일 축구가 정답은 아니다. 독일과 한국의 좋은 점을 찾아 고민해보겠다. 한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팀이 죽은 것은 아니다. 한국은 월드컵에 8번이나 출전한 '살아있는 팀'이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어떤 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 팀은 젊고 미래가 있으니 지켜봐 달라."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 막판 발언 기회를 따로 요청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외국인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다른 명예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갈 때도 있다. 나는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내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드리도록 노력할 것은 약속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이번 한국대표팀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만의 하나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의 지도자 인생도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 부진 이후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외국에서 감독을 찾은 것처럼 슈틸리케 감독도 지도자로서 모든 걸 마지막으로 불사를 기회를 한국에서 잡았다. 물론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둘의 욕구가 서로 어울린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글 | 김세훈 기자]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