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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2 단언컨대 좀비는 있다!

■좀비는 있다!




1.

많은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았겠지만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뉴스가 지난 5월쯤 외신에 잠깐 등장했다.


미국 국방부가 ‘좀비’ 확산에 대비해 시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마련했다는 문건을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입수해 공개한 것. 문건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미군 전략사령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좀비가 발생해 일반 시민들을 공격할 경우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계획안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문건에 “이 계획은 농담(joke)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나와 있다는 점이다.


펜타곤은 “단지 훈련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한발 뺐지만, 미군이 좀비 확산 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실제로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럼 그렇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는 법이고, 냄새가 나는 것은 누군가 가스를 뿜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근래 들어 좀비를 다룬 영화, TV드라마, 소설 등이 범람하는 것은 뭔가 실제로 있다는 얘기….



2.

알려진 것처럼 좀비는 카리브해 아이티의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된 존재로 ‘인간을 공격하는 걸어다니는 시체’로 묘사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출신성분. 스티븐 킹이 “세상의 모든 괴물은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변주”라고 언급했던, 중세 유럽 고딕문학의 전통에서 탄생한 ‘빅3’와는 근본을 달리하는 ‘신대륙 출신’이다.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이나 역사적 배경 등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변주도 자유로운 것이 좀비물의 특징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좀비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종교적 문제부터 국가기관의 실험, 바이러스, 핵전쟁 등 아무것이나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셀>에서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원인이고, 영화 <28일 후>에서는 원숭이 실험 중 발생한 ‘분노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심지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최근의 인기 미드인 <워킹데드>에서는 좀비가 왜 나타났는지를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좀비의 이미지는 조지 로메로의 이른바 ‘시체 3부작’을 통해 완성되는데, 평론가들은 ‘로메로의 좀비’를 영혼을 잃은 현대의 대중들에 대한 은유로 읽는다. 특히 <시체들의 새벽>에서 쇼핑몰을 배회하는 좀비의 존재는, 대량소비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세뇌당한 채 끌려 다니는 대중에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한다.


좀비는 어기적거리며 떼로 몰려다니고, 사람을 산 채로 뜯어 먹는다거나, 뇌를 파 먹는데 집착한다. 

또 좀비에 물린 인간은 마찬가지로 좀비가 돼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좀비는 인간의 부정적 진화형이다. 영혼 없이 인육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만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존재다.


3.

최근 마치 어떤 신호라도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을 희롱하고 비아냥대는 글이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차마 입에 담기 싫은 욕들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퍼부어진다. 같은 내용이 계정만 달리해 여기저기 올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진실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40일 넘게 음식을 거부한 ‘부정(父情)’을 바로 면전에서 조롱하는 이해불가의 몰상식도 등장했다. 


특정 상황이 오면 떼로 몰려다니며,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굴레(대표적으로 ‘종북’)를 씌우고 습관적으로 사람을 물어뜯는다는 점이 지금껏 보아 온 그들의 특징이다.

논리도 없고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으며, 타자를 향해 언어폭력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 습관적으로 되풀이한다. 혹독한 경쟁사회가 만든 결핍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이같은 중독성에 감염되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때로는 국가기관이 고의 또는 실수(개인적 일탈?)로 악성 바이러스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시키기도 한다.


단언컨대 좀비는 있다!


[글 | 조진호 기자]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