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기자/와글와글'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11.06 동성애는 하나님 뜻이 아닐까? (2)
  2. 2014.10.10 이름이 커숀데! 작겄쇼?
  3. 2014.09.30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돌봤기에··· (1)
  4. 2014.09.25 내 마음에 왔다! 장보리!
  5. 2014.09.02 단언컨대 좀비는 있다!

동성애는 하나님 뜻이 아닐까?




1.

기억이 맞다면 동성애를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은 <폴리스 아카데미> 1편이었어.

코믹물이었던 만큼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지. 주인공을 괴롭히던 나쁜 녀석 둘이 어쩌다 잘못 들어간 게이바에서 난처한 일을 당하는 설정이야.

물론 그 전에도 막연하게나마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동성애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같아.

영화속에서 게이바에 있던 동성애자들은 하나같이 우락부락한데다 쇠사슬 따위를 몸에 감은 패션을 하고 있고, 잘못 들어가 그들에 둘러싸인 녀석들은 (나중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질색팔색을 하지. 

벌써 30여년전 영화속 장면인데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한참 후에 나온 영화 <에이스벤추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아주 처절할 정도로 코믹하게 표현되지.

동성애는 그저 이 정도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스테레오타이핑된 것 같아. 조롱이 아니면 혐오의 대상이야. 범죄, 마약, 에이즈 따위와 결부되는….


2.

동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된 계기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이었어. 알려진 것처럼 그는 동성애자였고 폐렴을 동반한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었지.(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에이즈 환자중에는 이성애자가 더 많으니 괜한 연결은 짓지마)

완전 쇼크였어. 저렇게 멋진 사람이 동성애자였다니….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뒤로 엘튼 존, 조지 마이클, 조디 포스터 등등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 줄줄이 커밍아웃 하는 것을 보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돌이켜보면 프레디 머큐리도 공식적으로 단 하루만 동성애자로 살았어, 죽기 하루전에야 공식 커밍아웃을 했으니 말이야. 그 대단한 프레디 머큐리도 커밍아웃을 주저할만큼, 동성애에 대한 반감은 서구사회에서도 강했다고 봐야지.

최근에는 애플 CEO 팀 쿡의 커밍아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어. 그는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이는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지.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반응이야. 예전 같으면 주가 떨어질 걱정을 먼저 했을 애플이사회는 물론 각계의 지지가 이어졌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용기 있는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준 팀에게 감사한다”고 했고, 피차이 구글 부사장도 “정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

세상은 변한것일까. 물론 일부 사회에서 동성간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될 만큼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해. 하지만 ‘성소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나섰다’는 팀 쿡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많은 편견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야.


3.

팀 쿡 같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또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은 차별이 두려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해.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인정하려다가 제동이 걸린 모양이야. 교황은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동성애·이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간보고서까지 발표했지만,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해.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동안 씌워 왔던 ‘죄인’의 굴레를 벗겨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에서도 요즘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이 있나봐. 보수파 목사들을 중심으로 개신교계의 반대가 심한 것 같더라고. 

문득 생각해 봤어,

독실한 신자인 내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개신교 신자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잖아? 일제 식민지나 6.25전쟁도 하나님의 뜻이니 수긍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런데 왜 동성애에 대해서는 이렇게 완강할까.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성애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기 때문이고, 하나님 뜻이 궁극적으로 동성애 반대에 있다면 결국 가만히 둬도 동성애는 없어질 것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게 더 종교인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해.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이 생각나. 동성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가 플래카드를 든 사진이었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써 있었어. 

‘나는 평생동안 수많은 시계를 고쳤습니다. 그렇지만 내 아들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내 아들은 고장난게 아니니까요.’

동성애에 대한 호불호 또는 인정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한 인간이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니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닌가 싶어. 정말 인간적으로 안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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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

■ 이름이 커숀데! 작겄쇼?



인터넷 서핑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각종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는 일이다. 주요 이슈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다.

물론 댓글 중에는 의미없는 욕설이나 막무가내로 증오를 부추기는 따위의 허접쓰레기가 적지 않고, 특정한 목적을 갖고 퍼뜨려지는 글들이 여기저기 도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진짜 보석들도 흙 속에 숨어 있다. 짧은 몇 글자로 모든 것을 정리해 주는 그런 댓글들은 저절로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만든다. 거기에 유머감각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최근 만난 반짝반짝 빛나는 댓글 몇가지를 소개한다.


- 미국 증시 상장으로 초유의 대박을 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35세 때까지 여전히 가난하다면 그건 당신 자신의 탓이다”라는 발언으로 ‘글로벌 밉상’이 됐다. 뒤늦게나마 마윈이 실제로 이같은 뉘앙스의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언론들 도대체 왜 이래!), 당시에 마윈을 향해 쏟아지는 댓글들은 실로 ‘어마무시’했다. 수많은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전세계인의 마음을 짧은 한마디에 담아낸 최고의 댓글.

▶“한 대 때리고 싶다”


- 미국의 한 경찰서 CCTV에 찍힌 신기한 형체에 대한 기사가 외신에 잠깐 등장했다. 현장의 경찰들이 입을 모아 유령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댓글방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때 등장한 댓글 하나.

▶“쉿! 조심. 귀신이라고 하는 사람들, 유언비어 유포죄로 처벌 받습니다.”


- 최근 남녀 경찰관이 공원에서 옷을 벗고 애정 행각을 벌이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포털 사이트의 댓글방은 폭발 일보직전…. 온갖 상상들이 나래를 펴고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갈 즈음 모든 상황을 평정한 댓글.

▶“검찰이 앞서가니(전 제주지검장의 스캔들을 의미) 경찰도 분발하는구나~”


-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음~ 아무래도 때가 때인지라…. 언론들은 연일 시위대나 중국 정부의 동향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냈다. 이때 등장한 댓글. “서북 어쩌구와 어버이 XX들은 뭐라 할지 궁금하네. 시위하니까 빨갱이 같은데 상대가 빨갱이라니….” 하지만 장원은 따로 있었다.

▶“홍콩 살아있네! 우리는 제시카 (소녀시대) 탈퇴가 최고 이슈인데….”


- 단통법 후폭풍이 거센 한 주였다. 보조금 규모가 예상 외로 적은 것으로 확인되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불을 뿜었다. 시행 열흘도 안돼 ‘악법 단통법 폐지하라’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정도니 말 다했지…. 정부에 대한 비난이 비등점을 넘고 있는 가운데 핵심을 꿰뚫는 댓글이 등장했다.

▶“통신료를 내리라고 했더니, 단말기 가격을 높이네!”


- 하지만 최근 본 댓글 중 최고는 바로 이것! 포스트시즌 들어 스타일을 구기긴 했지만 ‘우주 최강 에이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에 관한 댓글이다. 알려진 것처럼 커쇼는 류현진보다도 한 살 어린 나이에 전설의 투수들과 비교될 만큼 대단한 투수. 우리 나이로 27세에 연봉이 자그마치 300억원이니 말 다했다. 당연히 남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 그래서일까. 한 누리꾼이 부러움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댓글을 달았다.

▶“커쇼는 남자로서 모든 걸 가졌다. 돈, 명예, 실력, 인품, 착한 와이프…, 같은 남자로서 제발 ‘고추’만은 X라 작기를 간절히 바래본다.”(원문에는 ㅈ이 두번 들어가는 표준어를 썼다. 그 단어이기에 부러운 마음이 더 생생히 전달되는 듯한 것은 혼자만의 느낌일까!)

그러자 거기에 달린 또 다른 댓글.

▶“커숀데 작겄쇼?”


누리꾼 만세! 댓글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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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돌봤기에···




1.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극작가 드라이만은 우연히 과거 동독 고위 당국자를 만나 묻는다. 왜 그때 반체제 인사였던 자신을 가만히 두었냐고…. 그러자 당국자는 비웃음을 만면에 담고 말한다. 우리가 당신을 그냥 나뒀을것 같아?

집으로 돌아온 드라이만이 찾아낸 것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청 장치들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비즐러는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으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이전의 삶과는 달리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타인의 삶>은 사회주의 체제 존립을 위해 ‘국민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던 정보국 요원의 반전된 삶을 그려 감동을 주었다.

영화에서처럼 당시 동독은 체제 존립을 위해 10만명의 비밀경찰과 이보다 더많은 끄나풀(스파이)를 동원해 국민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회였던 서독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결국 동독이었다.




2.

정부의 인터넷 감시 우려에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이 유언비어 단속을 내세우며 인터넷 검열 방침을 발표한 게 주된 이유다. 

특히 독일산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의 인기가 급상승, 국내 시장을 석권해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텔레그램은 대화상대를 일일히 암호화할 수 있고,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도 않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공안당국에게 감시당할 염려가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수요 덕분인지 텔레그램은 글로벌 다운로드 순위도 100위권 밖에 있다가 10위권 내로 껑충 뛰어 올랐다. 듣자하니 한국어 서비스도 준비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신속하게 SNS 유언비어 단속에 나선 검찰이 엉뚱하게 국내 업체를 궁지로 몰고 외국 업체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파문이 커지자 검찰은 “카카오톡 같은 SNS는 사적 공간인 만큼 고소·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한 검색하거나 수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공안당국의 사이버 감시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사이버 망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새로 시작된 SBS의 사극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이 화제다.

드라마의 소재는 재탕, 삼탕에 더 이상 우려낼 것도 없을듯 싶은 영조-사도세자의 얘기. 하지만 참신한 기획과 연기자들의 호연이 더해져 단 2회만에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올랐을만큼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세책’을 둘러싼 사도세자와 조정 신료들의 대립 장면. (세책이란 일정한 돈을 받고 책을 빌려 주는 것 또는 그 책을 말하는 것으로, 초창기의 한글 소설은 주로 부녀자들이 책방에서 세책으로 많이 보았다.) 

조정의 단속과 엄벌에도 민간의 세책 유통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번성하자 저잣거리의 실태를 둘러 본 사도세자가 조정 신료들을 모아놓고 선언한다.

“세책은 물론 민간의 출판과 유통 모두 허하겠소!”

“아이되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혹세무민하는 잡서 아니옵니까?”

“무민이 아니라 낙민(樂民)…, 백성들을 즐겁게 하니 잡서가 아니라 양서지요.”

“역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태반이옵니다.”

“그래서 홍길동전 읽은 백성들이 역도로 돌변하기라도 한답니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가능한 일이라면, 이 나라가 틀린겁니다! 정사를 대체 어찌 하였기에 백성들이 고작 이야기책 하나 읽고 역도로 돌변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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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

내 마음에 왔다! 장보리!


↑MBC 방송캡처


1.

얼마전 가족 모임이 있던 주말이었어.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엄마, 누나, 매형 할 것 없이 모든 가족이 눈이 빠져라 TV에 집중하고 있었어. 아예 TV 속으로 들어갈 기세더군.

어쩔 수 없이 한 자리 끼어 보게 됐지.

그런데 묘하더라~. 분명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인데 의외로 재미있는 거야. 잠깐 봤을 뿐인데 막~ 빠져들지 뭐야. 그날 이후로 주말 저녁만 되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게 되더군.

맞아! ‘장보리’ 얘기야.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봐. 회사에 왔더니 역시 아저씨인 모씨들도 장보리 얘기를 하더라고. 하기야 시청률이 30%대를 훌쩍 넘겼다고 하니 ‘국민드라마’가 머잖았다고 봐야지.

아저씨들까지 사로잡는 ‘막장 장보리’의 매력은 뭘까.




↑MBC 방송캡처


2.

줄거리는 뻔~하더군.

중간에 한번 봤을 뿐이데, 이전 스토리는 더 알 필요가 없더라고. 아니 전혀 궁금하지가 않았다고 봐야겠지. 대강의 줄거리나 인물 간 갈등구조…, 이런 게 그냥 머릿속에 확 들어오는 거야. 그만큼 단순하다는 얘기지. 

그냥 장보리는 선, 연민정은 악이야. 드라마는 이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시오패스 같은 연민정에게서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거기에 늘 당하는 착하디착한 장보리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게 하지.

요즘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봐 봐. 얼마나 얘기가 복잡해. 한 인물의 과거를 모르면 그가 왜 지금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지.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해. 악인들마저 그의 과거를 알면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야.

그에 비해 장보리는 시원시원하지.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스토리 전개에도 ‘우연’이 많이 개입하지. 드라마를 보면 누군가가 우연하게 엿듣는 장면이 유독 많아. 그러면서 얘기가 풀려나가는 거야. 우연적 요소…. 중학교 때 배웠던 고대소설의 특징이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거기에다 인물들 간에 치고받는 사건들이 숨막힐 듯 빠르게 전개되니 일단 보면 안 빠져들 수가 없지.


3.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있어. 바로 권선징악이지.

우리는 이미 장보리의 결말을 알고 있어. 아무리 장보리가 연민정에게 당해도…, 악행이 탄로날 듯싶다가도 구미호 같은 재주를 부려 연민정이 번번이 위기를 벗어나도 결국은 이야기의 끝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

만약에 말이야~

드라마가 이렇게 끝난다면 어떨까. 장보리 큰엄마는 분함을 못 이겨 미쳐 버리고…, 장보리는 쫓겨나 결국 이혼하고…, 비슬채를 차지한 연민정이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드라마가 끝난다면 말이야.

어떤 게 더 막장일까. 

기사를 찾아보니 장보리 작가가 “현실에서는 더 기가 막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선악 구분이 분명한 드라마의 권선징악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더라고.

맞는 말이야. 현실은 더 막장이지.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악이 응징당하지만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너무 많아. 특히 요즘 돌아가는 꼴을 봐. 권력을 이용해 대놓고 사슴을 말로 만드는 일이 허다하잖아? 

그런데 말이야. 권선징악의 결말 역시 고대소설의 주요한 특징 아니겠어?

생각해 봐. 계급차별이 엄존했던 왕조시대에 얼마나 막장 같은 억울한 일이 많았으면 민초들이 소설이란 새 장르에 권선징악의 주제를 가장 앞세워 담아 냈을까 말이야.

장보리의 인기 역시 ‘퇴행의 조짐이 역력한 2014년 한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민초의 속풀이가 아닐까 싶어….

적어도 장보리의 결말만은 선과 악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겠어?

어서 속시원한 결말을 보고 싶어. 이제 그만 질질 끌고 말이야….

퇴행의 2014년, 내 맘에 들어왔다! 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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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

■좀비는 있다!




1.

많은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았겠지만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뉴스가 지난 5월쯤 외신에 잠깐 등장했다.


미국 국방부가 ‘좀비’ 확산에 대비해 시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마련했다는 문건을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입수해 공개한 것. 문건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미군 전략사령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좀비가 발생해 일반 시민들을 공격할 경우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계획안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문건에 “이 계획은 농담(joke)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나와 있다는 점이다.


펜타곤은 “단지 훈련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한발 뺐지만, 미군이 좀비 확산 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실제로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럼 그렇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는 법이고, 냄새가 나는 것은 누군가 가스를 뿜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근래 들어 좀비를 다룬 영화, TV드라마, 소설 등이 범람하는 것은 뭔가 실제로 있다는 얘기….



2.

알려진 것처럼 좀비는 카리브해 아이티의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된 존재로 ‘인간을 공격하는 걸어다니는 시체’로 묘사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출신성분. 스티븐 킹이 “세상의 모든 괴물은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변주”라고 언급했던, 중세 유럽 고딕문학의 전통에서 탄생한 ‘빅3’와는 근본을 달리하는 ‘신대륙 출신’이다.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이나 역사적 배경 등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변주도 자유로운 것이 좀비물의 특징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좀비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종교적 문제부터 국가기관의 실험, 바이러스, 핵전쟁 등 아무것이나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셀>에서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원인이고, 영화 <28일 후>에서는 원숭이 실험 중 발생한 ‘분노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심지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최근의 인기 미드인 <워킹데드>에서는 좀비가 왜 나타났는지를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좀비의 이미지는 조지 로메로의 이른바 ‘시체 3부작’을 통해 완성되는데, 평론가들은 ‘로메로의 좀비’를 영혼을 잃은 현대의 대중들에 대한 은유로 읽는다. 특히 <시체들의 새벽>에서 쇼핑몰을 배회하는 좀비의 존재는, 대량소비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세뇌당한 채 끌려 다니는 대중에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한다.


좀비는 어기적거리며 떼로 몰려다니고, 사람을 산 채로 뜯어 먹는다거나, 뇌를 파 먹는데 집착한다. 

또 좀비에 물린 인간은 마찬가지로 좀비가 돼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좀비는 인간의 부정적 진화형이다. 영혼 없이 인육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만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존재다.


3.

최근 마치 어떤 신호라도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을 희롱하고 비아냥대는 글이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차마 입에 담기 싫은 욕들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퍼부어진다. 같은 내용이 계정만 달리해 여기저기 올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진실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40일 넘게 음식을 거부한 ‘부정(父情)’을 바로 면전에서 조롱하는 이해불가의 몰상식도 등장했다. 


특정 상황이 오면 떼로 몰려다니며,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굴레(대표적으로 ‘종북’)를 씌우고 습관적으로 사람을 물어뜯는다는 점이 지금껏 보아 온 그들의 특징이다.

논리도 없고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으며, 타자를 향해 언어폭력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 습관적으로 되풀이한다. 혹독한 경쟁사회가 만든 결핍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이같은 중독성에 감염되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때로는 국가기관이 고의 또는 실수(개인적 일탈?)로 악성 바이러스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시키기도 한다.


단언컨대 좀비는 있다!


[글 | 조진호 기자]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