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 기자/공연 리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09.17 뮤지컬 ‘레베카’ 초연의 감동을 넘어
  2. 2014.09.10 뮤지컬 ‘시카고’ 관능과 어우러진 재즈의 향연
  3. 2014.09.03 ‘프리실라’ 드랙퀸들과 핑크버스타고 떠나는 여행
  4. 2014.08.31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오감을 일깨우는 흥겨운 축제
  5. 2014.08.31 [리뷰] 뮤지컬 ‘살리에르’ 천재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절규 대변

[리뷰] 뮤지컬 ‘레베카’ 초연의 감동을 넘어... 맨덜리 저택 화재 실감나는 현장감





음산한 무대가 주는 기묘한 분위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영상효과의 잔영이 꽤 길다. 옥주현과 민영기의 노래 ‘나의 레베카~~, 칼날 같은 그 미소~~’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지난해 초연된 뮤지컬 <레베카>의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귀족인 막심 드 윈터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후 몬테카를로에서 우연히 만난 ‘나’와 사랑에 빠진다. ‘나’는 막심과 결혼을 결심하고 맨덜리 저택에서 생활하는데, 레베카를 숭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은 ‘나’를 내쫓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댄버스 부인과 ‘나’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면서 레베카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무대에서 드러나는 레베카의 비밀이 흥미롭다. 죽은 레베카의 방에서 발코니로 전환되면서 무대는 마치 3D영화의 한 장면처럼 관객들 앞으로 달려든다. 


레베카에 대한 충성인지 집착인지 헷갈리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은 관객들의 촉수를 세우게 만든다. 도대체 레베카는 누굴까. 맨덜리 저택을 음습하는 안개처럼 점점 더 레베카의 죽음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미스터리의 중심에 서있는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이 명불허전이다. 농익은 연기와 풍부한 성량으로 대극장의 관객을 압도했다. 조연이지만 주연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레베카에 집착하는 댄버스 부인에게 빠져들게 한다. 3옥타브를 넘나들며 열창하는 노래 ‘레베카’가 하이라이트다. 

 

“감히 너 따위가 부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돌아올 수 없는 레베카를 향해 절규한다. 관객들은 레베카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댄버스 부인의 절절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생각하는 사이 극의 반전이 일어나며 맨덜리 저택의 대화재 장면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지난해 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맨덜리 저택이 불에 타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영상효과로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샹들리에를 보고 가슴이 철렁한다. 대극장 무대 바닥에 40~50cm 높이의 실제 불을 사용해 현장감을 높였다.

 

압도적인 무대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을 기립박수로 이끌었다. 그러나 발코니 장면에서 ‘나’(임혜영)의 연기는 댄버스 부인의 성량을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레베카가 왜 그토록 막심을 미워하며 이용했는지,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진 뒤 너무 쉽게 살인사건이 해결되는 등 이해되지 않는 극의 전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11월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3만원. (02)6391-6333  


[글 | 김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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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시카고’ 관능과 어우러진 재즈의 향연...아이비-최정원 농익은 연기




 

<시카고>는 관능적인 연기와 재즈의 향연이 어우러진 뮤지컬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살인과 섹스, 배신이 난무하는 1920년대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동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벨마 켈리(최정원), 불륜남에게 버림받자 그를 죽인 록시 하트(아이비)가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배심원과 언론을 상대로 한바탕 쇼를 펼친다. 

 

쇼에는 멋진 음악이 빠질 수 없다. 1200석 규모의 대극장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라이브 재즈는 1920년대 시카고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막이 올라가자마자 14인조 빅밴드의 재즈 선율이 공연장 전체로 울려퍼진다. 검은 망사 시스루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군무는 관능적이고, 강렬하다. 군살 없는 식스팩으로 무장한 배우들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즈음 귀에 익숙한 ‘올 댓 재즈(All That Jazz)’가 흘러나오면, 멋쩍은 표정이 그제서야 자연스럽게 바뀐다. 

 

<시카고>는 기승전결이 없는 뮤지컬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하나의 완벽한 퍼포먼스다. 무대 변화도 없다. 무대 가운데 빅밴드의 지휘자는 가끔 극에 끼어들기도 한다. 섹시한 배우들의 몸짓과 노래 속에 사회 풍자가 통렬하게 다가온다. 극도의 선정주의를 지향하던 저속한 저널리즘과 미 사법제도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극 중 변호사인 빌리 플린(이종혁)이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주면 기자는 가감 없이 신문에 대서특필한다. 언론 플레이와 비즈니스를 잘하는 변호사를 고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형벌의 기준이 달라지는 사법제도를 풍자하기도 한다. 특히 2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반전은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다.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로 10번째 <시카고> 무대에 오른 최정원(45)은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다. 최정원은 아이비(31)와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자칫 19금 뒷골목 막장 드라마로 흐를 수 있는 극을 농익은 연기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극을 이끈다. 아이비의 연기와 노래는 <시카고>에서 절정에 오른 듯하다. 무대를 압도하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무르익은 연기는 압권이다. 최정원과 아이비가 주고받는 환상호흡은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여기에 마마 모튼 역을 맡은 김경선(34)의 ‘교도소 여왕’다운 묵직한 목소리와 모나(김소이), 키티(방미홍), 후냑(최은주)등이 극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2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글 | 김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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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프리실라’] 눈과 귀가 즐겁다…드랙퀸들과 핑크버스타고 떠나는 여행




 

일상이 따분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직장·가족에 묶여 사느라 함부로 떠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유희열·윤상·이적처럼 ‘꽃청춘’ 여행을 훌쩍 떠나기가 힘들다. 일상을 송두리째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는 많지 않다.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떠날 수 있는 뮤지컬을 보며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뮤지컬 <프리실라>가 당신의 일상 탈출을 돕는다.

 

막이 걷히면서 공중에 떠 있는 3명의 디바가 ‘It’s Raining Men’을 열창한다. 옆자리, 앞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손뼉을 치며 몸을 흔든다. 어색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무대로 귀를 쫑긋하게 된다. 


<프리실라>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80년대를 수놓았던 마돈나, 신디 로퍼, 티나 터너 등의 히트곡들이 몸을 가볍게 흔들게 한다. 19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프리실라>는 호주 시드니의 한 클럽에 출연하는 성소수자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에게서 앨리스 스프링스에 있는 한 호텔의 공연에 출연 제의를 받고 친구 버나뎃, 아담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여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틱 역을 맡은 마이클 리는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못해 귀에 거슬린다. 웃음을 유도하지만, 관객들이 웃을 타임을 잡기 어렵다. 또한 비속어가 많아 자칫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밥의 아내 신시아의 탁구공 퍼포먼스는 과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귀에 익숙한 넘버들이 공연 전체를 관통하고 길이 10m, 무게 8.5톤인 프리실라 버스 세트, 500여 벌의 다양한 의상이 그런 단점을 가린다.

 

버나뎃 역을 맡은 김다현은 웃음을 책임진다. 트렌스젠더인 버나뎃은 게이인 아담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극 중 곳곳에 배치해 둔 유머코드가 2시간 내내 웃게 한다.

 

아담 역을 맡은 김호영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버나뎃과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하룻밤 사랑을 찾아 나선 광부 마을에서 남자들에게 매를 맞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볼 때도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디스코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여장 남자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눈을 휘둥그레하게 한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화려한 의상도 놓칠 수 없다. 여장 남자들이 나팔바지의 단을 잔뜩 벌려 펼치는 퍼포먼스로 눈을 즐겁게 한다. 타조와 캥거루 등 동물 캐릭터, 과일 형상으로 만들어진 온갖 기발한 의상이 관객들을 별천지로 안내한다. 여기에 3만여 개의 LED가 설치된 버스 세트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지로 이끈다. 지금 준비됐다면 떠나라.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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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귀로 시작된다. 장내 아나운서가 시작을 알리면 막이 서서히 올라간다. 쿵쿵쿵 딱딱딱 …. 오프닝 앙상블의 탭 군무 소리와 경쾌한 배경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올라가던 막이 배우들의 발목에서 갑자기 멈춘다. 배우들의 현란한 발의 움직임과 눈동자가 함께 춤을 춘다.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를 내는 탭댄스 리듬은 오감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막이 걷히면서 귀로 시작된 공연은 눈으로 옮아간다. 

 30여 명의 노련한 배우들이 선보이는 질서정연한 칼군무와 탭댄스는 눈을 사로잡는다. 오프닝 넘버가 관객 앞으로 쏟아지고, 객석의 관객들의 몸은 이미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은 관객을 움직이게 한다. 앙상블들의 탭 군무를 지나 넘버 ‘고 인투 유어 댄스(Go into your dance)’에 맞춘 페기 소여 전예지의 상큼하고 발랄한 탭댄스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발을 톡톡 구르고 있었다. 어느새 어깨도 리듬을 타며 들썩였다.


 흥겨운 리듬을 타는 동안, 극의 절정을 넘어 종착역에 다다른다. 줄리안(남경주)과 친구들이 부르는 넘버 ‘피날레 42번가(Finale Act two- Forty second street)’가 종착역 도착을 알리는 신호다. 남경주의 무르익은 연기와 가창력이 마음을 빼았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신인 뮤지컬 배우 페기 소여의 성공담과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팬덤으로 무장해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아이돌스타는 없다. 나타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반짝스타도 볼 수 없다. 오로지 뮤지컬 배우로서 오랫동안 실력을 쌓아온 배우들만이 무대를 장악한다. 특히 관록이 묻어나는 남경주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전예지의 에너지 넘치는 탭댄스와 가창력도 10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를 꽉 채웠다. 

 농익은 연기와 가창력으로 무장한 관록 있는 배우들과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흥겨움을 만든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꿈’을 주제로 한 이 뮤지컬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한국 공연에 맞춰 대사는 한국 관객들에게 맞춰 깎고 다듬었다. 한국인들이 느낄 수 있는 유머코드를 곳곳에 배치해 한바탕 웃고 극장을 나설 수 있다. 텔레비전이 마을에 한 대만 있던 어린 시절 이장댁 마당에 모여 함께 연속극을 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쇼 뮤지컬의 전형을 보여준 <브로드웨이 42번가>(제작 CJ E&M)는 오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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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재능을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다. 질투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재능을 가진 이가 모차르트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2인자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그 누구보다도 2인자의 외로움을 느낀 이가 살리에르 일 것이다. 

 푸시킨의 단편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는 살리에르(최수형)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소문이 거리에 퍼지면서 시작된다. 

 <살리에르>는 살리에르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또 다른 살리에르인 젤라스를 내세웠다. 살리에르 내면의 질투와 열등감의 표현인 젤라스라는 인물 설정이 독특했다. 모차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궁정작곡가로 승승장구한 살리에르는 젤라스가 필요 없었다. 모차르트가 나타난 후 젤라스는 ‘우린 이미 오랜 친구’라며 살리에르를 끊임없이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살리에르는 성실한 사람이다. 카트리나에게 ‘노력한다면’ 이뤄진다고 가르친다. 천재적인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궁정악장까지 오른 사람이다. 살리에르의 신념을 보여주는 카트리나와 듀엣곡인 넘버 ‘노력한다면’은 그래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에 비해 모차르트(박유덕)가 보여주는 경쾌한 넘버는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넘버 ‘오! 모차르트’는 마치 홍대 클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진지한 살리에르와 대비되는 모차르트의 모습에 몸은 저절로 리듬을 탄다. 

 1막 마지막 넘버인 ‘신이시여’에서 젤라스는 “신은 너를 버렸다. 너의 증오를 노래”하라며 살리에르를 자극한다. 1막 마지막 넘버답게 살리에르의 힘찬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살리에르와 젤라스의 관계가 절정으로 치닫는 2막으로 안내하는 넘버다.

 1막은 눈과 귀가 즐겁다. 살리에르의 힘찬 목소리와 모차르트의 화려한 안무, 경쾌한 넘버가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1막에 비해 2막은 조금 무겁다. 젤라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살리에르의 절규를 들을 수 있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절망하는 살리에르를 통해 소수의 천재가 아닌 절대다수 보통사람의 절규를 수면으로 끄집어내고 확장해 치유한다.

 “노력한다면... 노력한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건 없어. 연습한다면... 연습한다면... 그 무엇도 두려울 건 없어”라고 노래하는 신념에 찬 살리에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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