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AG일기]③우리는 빠르게 ‘한 팀’이 됐다




 

대표팀 합류 전에 은근히 걱정되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대표팀 소집 뒤 첫 경기까지 일주일이 채 안되는 것을 보고, 준비기간이 너무 짧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살짝 들었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부산에서 소집한 뒤 사직구장에서 약 2주간 훈련을 하고 대회가 열리는 중국 광저우로 날아갔습니다. 대회 현지로 가서도 며칠 적응 기간이 있었죠. 당시 대회가 11월에 개최된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정규시즌 중인 9월에 열리기 때문이지만, 조금 더 시간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표팀에 합류하면 선수들간 호흡을 맞추는 게 우선입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포수와 손발을 맞춰야합니다. 투수별 구종이 어떻게 되고, 그 궤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포수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터리간 신뢰도 쌓입니다.



↑ 훈련을 마친 김현수와 민명헌이 동료들의 타구를 바라보며 익살어린 장난을 하고 있는 모습.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게 저렇게 혼자 생각한 것들은 ‘기우’였습니다. 지난 15일 대표팀 소집 뒤 첫 경기를 앞둔 지금, 우리는 빠르게 ‘한 팀’이 돼 있습니다.


투수진만 놓고 보면 대표팀 안방을 책임지는 (강)민호와 (이)재원이 역할이 컸습니다. 둘은 무척 활발하고, 적극적인 편이죠. 천성 자체가 착할 뿐더러 스스럼 없이 농담도 잘 하다 보니 어떤 투수와도 금방 친해졌고, 대표팀에서 필요한 배터리간 숙제를 이미 완성한 것 같습니다.


저도 민호와 재원이를 앉혀놓고 공을 던지면서 소속팀 LG에서 피칭할 때처럼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 체인지업은 어떻게 흐르고, 커브는 어떻고 돌아가고, 여러 구종을 놓고 얘기를 나누면서 앉는 위치 등을 부탁했는데 아주 빠르게 익히는 것을 봤습니다. 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무척 즐거워졌습니다.



↑ 22일 태국팀과 첫 경기를 치르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21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선수들간 소통이 잘 되고 있는 데에는 환경적 요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촌 방에는 TV가 없습니다. 다른 전자기기도 없죠.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보면 홀로 시간을 보낼 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은 산책을 하거나 방에 머무는데 그러다 보니 선수간 대화 시간도 무척 늘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경기력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함께 한 ‘한 팀’이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대회 준비가 잘 되고 있습니다. 화제가 됐던 공인구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은 일본 미즈노사에서 만든 공인구가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에 비해 미끄러운 점을 들어 불편해했는데 저뿐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이미 적응을 한 듯합니다.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됩니다. 원했던 만큼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류중일 감독님 말씀대로 5전 전승으로 대회를 끝내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글·봉중근 | 정리·안승호 기자]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