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레베카’ 초연의 감동을 넘어... 맨덜리 저택 화재 실감나는 현장감





음산한 무대가 주는 기묘한 분위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영상효과의 잔영이 꽤 길다. 옥주현과 민영기의 노래 ‘나의 레베카~~, 칼날 같은 그 미소~~’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지난해 초연된 뮤지컬 <레베카>의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귀족인 막심 드 윈터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후 몬테카를로에서 우연히 만난 ‘나’와 사랑에 빠진다. ‘나’는 막심과 결혼을 결심하고 맨덜리 저택에서 생활하는데, 레베카를 숭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은 ‘나’를 내쫓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댄버스 부인과 ‘나’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면서 레베카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무대에서 드러나는 레베카의 비밀이 흥미롭다. 죽은 레베카의 방에서 발코니로 전환되면서 무대는 마치 3D영화의 한 장면처럼 관객들 앞으로 달려든다. 


레베카에 대한 충성인지 집착인지 헷갈리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은 관객들의 촉수를 세우게 만든다. 도대체 레베카는 누굴까. 맨덜리 저택을 음습하는 안개처럼 점점 더 레베카의 죽음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미스터리의 중심에 서있는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이 명불허전이다. 농익은 연기와 풍부한 성량으로 대극장의 관객을 압도했다. 조연이지만 주연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레베카에 집착하는 댄버스 부인에게 빠져들게 한다. 3옥타브를 넘나들며 열창하는 노래 ‘레베카’가 하이라이트다. 

 

“감히 너 따위가 부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돌아올 수 없는 레베카를 향해 절규한다. 관객들은 레베카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댄버스 부인의 절절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생각하는 사이 극의 반전이 일어나며 맨덜리 저택의 대화재 장면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지난해 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맨덜리 저택이 불에 타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영상효과로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샹들리에를 보고 가슴이 철렁한다. 대극장 무대 바닥에 40~50cm 높이의 실제 불을 사용해 현장감을 높였다.

 

압도적인 무대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을 기립박수로 이끌었다. 그러나 발코니 장면에서 ‘나’(임혜영)의 연기는 댄버스 부인의 성량을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레베카가 왜 그토록 막심을 미워하며 이용했는지,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진 뒤 너무 쉽게 살인사건이 해결되는 등 이해되지 않는 극의 전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11월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3만원. (02)6391-6333  


[글 | 김문석 기자]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