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프리실라’] 눈과 귀가 즐겁다…드랙퀸들과 핑크버스타고 떠나는 여행




 

일상이 따분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직장·가족에 묶여 사느라 함부로 떠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유희열·윤상·이적처럼 ‘꽃청춘’ 여행을 훌쩍 떠나기가 힘들다. 일상을 송두리째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는 많지 않다.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떠날 수 있는 뮤지컬을 보며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뮤지컬 <프리실라>가 당신의 일상 탈출을 돕는다.

 

막이 걷히면서 공중에 떠 있는 3명의 디바가 ‘It’s Raining Men’을 열창한다. 옆자리, 앞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손뼉을 치며 몸을 흔든다. 어색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무대로 귀를 쫑긋하게 된다. 


<프리실라>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80년대를 수놓았던 마돈나, 신디 로퍼, 티나 터너 등의 히트곡들이 몸을 가볍게 흔들게 한다. 19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프리실라>는 호주 시드니의 한 클럽에 출연하는 성소수자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에게서 앨리스 스프링스에 있는 한 호텔의 공연에 출연 제의를 받고 친구 버나뎃, 아담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여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틱 역을 맡은 마이클 리는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못해 귀에 거슬린다. 웃음을 유도하지만, 관객들이 웃을 타임을 잡기 어렵다. 또한 비속어가 많아 자칫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밥의 아내 신시아의 탁구공 퍼포먼스는 과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귀에 익숙한 넘버들이 공연 전체를 관통하고 길이 10m, 무게 8.5톤인 프리실라 버스 세트, 500여 벌의 다양한 의상이 그런 단점을 가린다.

 

버나뎃 역을 맡은 김다현은 웃음을 책임진다. 트렌스젠더인 버나뎃은 게이인 아담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극 중 곳곳에 배치해 둔 유머코드가 2시간 내내 웃게 한다.

 

아담 역을 맡은 김호영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버나뎃과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하룻밤 사랑을 찾아 나선 광부 마을에서 남자들에게 매를 맞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볼 때도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디스코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여장 남자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눈을 휘둥그레하게 한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성소수자들의 화려한 의상도 놓칠 수 없다. 여장 남자들이 나팔바지의 단을 잔뜩 벌려 펼치는 퍼포먼스로 눈을 즐겁게 한다. 타조와 캥거루 등 동물 캐릭터, 과일 형상으로 만들어진 온갖 기발한 의상이 관객들을 별천지로 안내한다. 여기에 3만여 개의 LED가 설치된 버스 세트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지로 이끈다. 지금 준비됐다면 떠나라.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