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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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호빗-다섯 군대 전투>를 봤어.
솔직히 보고싶은 마음이 반, 의무감이 반이었던 것 같아. 2001년부터 시작됐던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마음이 컸다고 봐야지.
사실 내용이야 다 알고 있는 거고, ‘반지 3부작’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호빗 3부작’은 흥분이 좀 덜하더라고. <뜻밖의 여정>이나 <스마우그의 용>에 이어 이번 <다섯 군대 전투>도 그저 꽤 재미있다는 정도….


그런데 말이야.
영화의 마지막, ‘참나무 방패’ 소린의 죽음은 참 볼만하더라고. 죽음이 볼만하다는 게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슴을 울렸다는 얘기야.
영화는 위대한 지도자였던 소린이 탐욕의 노예가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탐욕에 눈이 멀어서 목숨을 걸고 자신과 함께 한 동료를 의심하고, 모두를 파멸로 이끈 전쟁까지 불사하지. 

그런데 말이야~.
나라고 다르게 행동할까? 남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막상 많은 것이 주어지게 되면 쉽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는 쉽지 않을 거야. 
세상 모든 잘못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지.
생각해보면 반지전쟁도 막판에 탐욕을 이기지 못한 곤도르의 왕 이실두르가 모르도르의 용암속에 반지를 던지지 못해 생긴것 아니겠어. 그뿐이 아니야. ‘반지 운반자’의 운명을 타고 난 프로도도 마지막에 큰 사고를 칠 뻔 했잖아.
그런데 소린은 마지막에 가서 탐욕을 극복하고 죽음을 맞아. 위대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 요즘 세상이 그래서인지, 아니면 연출력이 뛰어나서인지 그 장면이 오래 남더라고….

그래서였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속 인상적인 죽음을 떠올려봤어. 대충 몇가지가 생각나더라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어렸을때 본 <스파르타커스>야. 요새 나온 미드 말고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하고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한 영화 말이야. 예전엔 ‘스팔타카스’라고 했던 기억이 나.
영화 마지막, 반란에 실패하고 잡혀 온 노예들 앞에서 크랏수스가 호통을 치지. 스파르타커스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노예들은 일제히 일어나 외쳐, ‘내가 스파르타커스다’라고. 그리고 모두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맞지.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오 캡틴, 나의 캡틴’의 피비린내 버전이랄까. 어릴때 그 장면을 보고 눈물깨나 흘렸더랬어.

 

<브레이브 하트> 윌리암 덜레스의 죽음도 비장했지. 
‘자비’를 구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잉글랜드 왕의 회유에 ‘자유’라고 외치며 사지가 찢기잖아. 이상하게 영화를 보면서 박종철·김근태가 떠오르더라고. 김근태 선생은 이근안에게 살인적인 고문을 당하는 동안 머리 속에서 이 말을 떠올렸다고 해. 무릎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

 

홍콩영화 <소오강호>도 기억에 남아있어. 
오랜 친분을 나눠 온 유정풍과 곡양(한 사람은 강시선생이고 또다른 사람은 <천녀유혼>에 나온 도사지 아마…)은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강호에 염증을 느껴 강호를 떠나려하지만 자기 문파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쫒겨 다녀. 결국 자신들을 쫓던 고수와 싸움꿑에 치명상을 입게 되자 배위에 불을 지르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죽어가지. 
‘푸른파도에 한바탕 웃는다/도도한 파도는 해안에 물결을 만들고/물결따라 떴다 잠기며 아침을 맞네/푸른 하늘을 보고 웃으며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잊는다/…’

 

<와호장룡>에 나오는 리무바이의 죽음은 조금 느낌이 달라.
푸른여우의 독침에 맞아 쓰러진 리무바이에게 수련이 말하지. 호흡을 아끼라고…. 천하 고수이니 만큼, 내공으로 독을 치유하거나,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았겠어. 하지만 리무바이는 자신의 남은 호흡을 모아 수련에게 그동안 품어왔던 연모의 마음을 전하고 죽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위해 무림에서의 삶에서 벗어나려던 꿈을 죽어가면서 이룬 셈이야.

 

그렇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속 죽음은 <블레이드 러너>에 나와.
자신을 해치려던 데커드를 살려준 복제인간(리플리컨트) 로이는 4년으로 제한된 자신의 생명이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해. 그리고는 데커드에게 말하지.
“나는 당신 인간들이 믿지 않을 그런 것들을 봤어. 오리온 자리에서 불에 휩싸인 우주선, 탠 하우저 관문에서는 어둠속에 번뜩이는 C-광선을 보았어. 이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 묻혀버리겠지. 마치 눈물이 비 속에 묻혀 버리듯이…. 이제 죽을 시간이야.”
로이가 내뱉는 대사와 슬픈 눈빛,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 반젤리스의 음악과 함께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그리고 보너스….
몇번째인지 모르겠는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중 하나야.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최후를 맞게 된 남자가 트럭 구석에 숨겨둔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찾아내는 장면, 생각나지?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 마지막 한 모금을 폐속 깊숙~히 빨아들이던 그 장면 말이야…. 

아! 갑자기 쓰나미가 밀려오네. 나를 시험에 들지말게 하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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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