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AG일기]④광현아, 너를 보면 흐뭇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뒤로 (김)광현이를 볼 때마다 괜히 웃게 됩니다.

 

지난 세월을 더듬어보면서 ‘녀석, 엄청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광현이와 대표팀에서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였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실력으로 최고였죠. 지금과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무척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스무살 갓 넘은 나이에 대표팀 분위기에 녹아들어 여유를 보이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대표팀으로 따지면 홍성무(동의대)나 한현희(넥센) 정도의 연차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런데 이번 대회의 광현이 모습은 완전히 다릅니다. 베이징올림픽이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처럼  중책을 맡았지만, 긴장한 기색은 없어요. 컨디션을 조절하는 노하우도 쌓인 것 같고, 어디에서도 차분히 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첫 경기 태국전에 등판한 광현이는 아무래도 결승전에 나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거운 짐을 등에 메고 있는 것을 보면 선배가 보기에도 존경스러우면서도 미안하기도 합니다.


대표팀에서 큰 경기를 맡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적잖을 것입니다.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은데 그게 또 광현이 성격이기도 합니다. 광현이는 대표팀에서 태극기만 보면 어떤 경기라도 “제가 나갈게요” 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스타일입니다. 요령 피우는 법이 없고 승부욕도 매우 강하죠. 그런 것들이 대표팀에서 매번 좋은 경기를 하는 원동력 같기도 합니다.


광현이를 보면 과거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류)현진이 생각도 납니다. 둘은 대표팀 선발진을 이끌었죠. 둘다 마운드에서 최고지만 일상에서 성격은 반대인 것 같습니다. 현진이가 서글서글, 능글능글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라며 광현이는 과묵하면서 섬세한 편입니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해야 할 일을 놓고는 실수가 없다는 점이죠. 


둘다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완수하려 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두둑한 신뢰를 얻는 것도 그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광현이는 이미 대표팀에서 ‘터줏대감’이 돼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꽤 오랜 시간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이끌 것입니다. 큰 박수를 보냅니다. 저 또한 광현이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 대표팀 승리에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결승전이 끝나면 감격의 포옹이라도 한번 한다면 멋있을 것 같네요.


경기 없는 지난 수요일에는 선수단이 한데 모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후배 사이에 정겨운 대화도 많았습니다. 뭐랄까, 하루하루 팀 분위기가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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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움직이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