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왔다! 장보리!


↑MBC 방송캡처


1.

얼마전 가족 모임이 있던 주말이었어.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엄마, 누나, 매형 할 것 없이 모든 가족이 눈이 빠져라 TV에 집중하고 있었어. 아예 TV 속으로 들어갈 기세더군.

어쩔 수 없이 한 자리 끼어 보게 됐지.

그런데 묘하더라~. 분명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인데 의외로 재미있는 거야. 잠깐 봤을 뿐인데 막~ 빠져들지 뭐야. 그날 이후로 주말 저녁만 되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게 되더군.

맞아! ‘장보리’ 얘기야.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봐. 회사에 왔더니 역시 아저씨인 모씨들도 장보리 얘기를 하더라고. 하기야 시청률이 30%대를 훌쩍 넘겼다고 하니 ‘국민드라마’가 머잖았다고 봐야지.

아저씨들까지 사로잡는 ‘막장 장보리’의 매력은 뭘까.




↑MBC 방송캡처


2.

줄거리는 뻔~하더군.

중간에 한번 봤을 뿐이데, 이전 스토리는 더 알 필요가 없더라고. 아니 전혀 궁금하지가 않았다고 봐야겠지. 대강의 줄거리나 인물 간 갈등구조…, 이런 게 그냥 머릿속에 확 들어오는 거야. 그만큼 단순하다는 얘기지. 

그냥 장보리는 선, 연민정은 악이야. 드라마는 이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시오패스 같은 연민정에게서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거기에 늘 당하는 착하디착한 장보리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게 하지.

요즘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봐 봐. 얼마나 얘기가 복잡해. 한 인물의 과거를 모르면 그가 왜 지금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지.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해. 악인들마저 그의 과거를 알면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야.

그에 비해 장보리는 시원시원하지.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스토리 전개에도 ‘우연’이 많이 개입하지. 드라마를 보면 누군가가 우연하게 엿듣는 장면이 유독 많아. 그러면서 얘기가 풀려나가는 거야. 우연적 요소…. 중학교 때 배웠던 고대소설의 특징이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거기에다 인물들 간에 치고받는 사건들이 숨막힐 듯 빠르게 전개되니 일단 보면 안 빠져들 수가 없지.


3.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있어. 바로 권선징악이지.

우리는 이미 장보리의 결말을 알고 있어. 아무리 장보리가 연민정에게 당해도…, 악행이 탄로날 듯싶다가도 구미호 같은 재주를 부려 연민정이 번번이 위기를 벗어나도 결국은 이야기의 끝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

만약에 말이야~

드라마가 이렇게 끝난다면 어떨까. 장보리 큰엄마는 분함을 못 이겨 미쳐 버리고…, 장보리는 쫓겨나 결국 이혼하고…, 비슬채를 차지한 연민정이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드라마가 끝난다면 말이야.

어떤 게 더 막장일까. 

기사를 찾아보니 장보리 작가가 “현실에서는 더 기가 막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선악 구분이 분명한 드라마의 권선징악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더라고.

맞는 말이야. 현실은 더 막장이지.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악이 응징당하지만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너무 많아. 특히 요즘 돌아가는 꼴을 봐. 권력을 이용해 대놓고 사슴을 말로 만드는 일이 허다하잖아? 

그런데 말이야. 권선징악의 결말 역시 고대소설의 주요한 특징 아니겠어?

생각해 봐. 계급차별이 엄존했던 왕조시대에 얼마나 막장 같은 억울한 일이 많았으면 민초들이 소설이란 새 장르에 권선징악의 주제를 가장 앞세워 담아 냈을까 말이야.

장보리의 인기 역시 ‘퇴행의 조짐이 역력한 2014년 한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민초의 속풀이가 아닐까 싶어….

적어도 장보리의 결말만은 선과 악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겠어?

어서 속시원한 결말을 보고 싶어. 이제 그만 질질 끌고 말이야….

퇴행의 2014년, 내 맘에 들어왔다! 장보리!!!


[글 | 조진호 기자] 기자의 개인블로그 바로가기 

Posted by 움직이는 화가